올해는 휴가로 외국에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작년 11월에 이탈리아/홍콩으로 20일간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기도 하고 업무적으로도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서
올해는 가을쯤 몇일 휴가내서 집에서 쉬다가 부산에나 잠시 다녀오는걸로 휴가를 갈음할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바꾸게 된건 지난 토요일밤(8/4)에 보게된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공연 클립이었다.
2011년이 The Phantom of the Opera 25주년이라서 로얄 알버트 홀에서 기념 공연 녹화한 클립이었다.
클립의 3/4를 차지하는 공연은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Phantom이나 Christine역을 맡은 배우들이 파릇 파릇하고 어리긴한데
음색이나 감정표현이 영.....
하지만 마지막 1/4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경이 직접 나와서 런던 오리지날 캐스트들 소개하는데
이젠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신 노배우들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입고 무대에서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가슴뭉클했다.
그리고 마이클 크로포드 등장...많은 관객들의 환호에 눈물까지 글썽거리시는 마이클 크로포드의 모습은 사실 그의
팬텀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역시 가슴뭉클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사라 브라이트만 등장...웨버경과 이혼한지 꽤 되는데 웨버경은 My angel of music이라고 사라 브라이트만을
소개하고 다정하게 포옹하고 머리를 맞대는 두 사람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어지는 웨버경의 한마디 "Sarah has agreed to sing" 그리고 사라 브라이트만이 노래를 시작하는데
"Phantom of the Opera"의 전주가 흐르면서 사라의 뒤로 등장하는 4명의 남자들은 바로...과거의 런던 공연의 팬텀들!!!!
4명 다 나름 특색이 있지만 난 스웨디쉬 싱어 Peter Joback같이 음색은 질색....쩝
하갼 노래를 듣던 중 그중 한 팬텀께 완전 꽂혔다. 그분은 John Owen Jones!
정보를 조사해보니 그 분은 17년간 런던에서 팬텀을 맡았고 팬텀 공연만 2천회 이상하신 최장기 팬텀 공연의 기록을 가진
팬텀이었던 것이다!!!
최근 몇년간은 팬텀을 안하시고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 역할만 쭉 하고 계시다고 해서 아...이분의 팬텀을 난 진정 볼수 없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그 분의 최근 공연 현황을 체크해봤는데 왠걸...올해 9월 중순까지는 영국 순회로 팬텀 공연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그 순간...이거 보러 영국에 가야 하나? 하지만 5초만에 바로 미친 생각이지 안돼 안돼....하고 마음을 다 잡고 그래도 티켓이나
한번 확인해 볼까? 하고 공연을 찾아봤는데 공연이 런던도 아니고 Leeds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도시...
Leeds Grand Theatre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티켓 가격이 의외로 많이 비싸지 않네?! 8만원~9만 5천원 정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하며 서서히 낚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8월 20~25일은 배우님 휴가시고,난 9월 7일에 오만석의 헤드윅 공연을 예매해놨고 9월 15일에 마룬5 공연까지 예약해뒀으니
9월은 불가능이라 다다음주밖에는 공연을 볼 시간이 없다. 다다음주라니 말도 안되지...
게다가 난 올해 9월이 여권 기간 만료인데 올해는 해외나갈 생각이 없어서 갱신도 안했고 Priority Pass 카드도 분실했고
여권 만들려면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매우 귀찮을 따름이고,얼마전에 소파 구입을 고려하다 넘 비싸서 포기했잖아? 등등의
안되는 이유들을 주르륵 떠올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뭐 다음주에 출발하는 항공권이 어차피 없을꺼야...지금은 성수기인데다 런던 올림픽 기간이니까 런던 가는 항공권이
남아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면서 인터파크 실시간 항공권 예매사이트를 눌러봤는데...헉...표가 있네...
게다가 외환크로스마일카드 프로모션으로 특별 할인도 해준다네....헉...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안에 여권사진찍어서 여권재발급 받고 Priority pass card 재발급까지 가능하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난 어느새 일요일에 여는 사진관을 찾아서 여권 사진을 찍고 월요일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구청을 찾아서 여권 재발급을
신청했더니 목요일에 나온다고 하고 Priority Pass Card 재발급 신청했더니 익일 특급으로 바로 보내준다고 하는거다.
대한민국 만세! 어쩜 일요일에도 사진관은 문을 열고, 여권 재발급은 3일이면 되고, 카드 재발급해서 배송까지 3-4일이면 다되는
이런 속도감있는 나라가 다있담....ㅠㅠ
마지막 관문인 팀장의 휴가 승인이 남아있는데 워낙 까다로운 성정의 분이시라 이렇게 급하게 휴가 신청하면 허락안하실거야
그러니 난 다음주에 영국에 갈리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최후의 보루였던 그 분마저...."그래 휴가기간동안 업무 돌아가는데 지장없게 잘 해놓고 휴가 잘 다녀와" 라는 말씀을... OTL
어이없어하는 내게 나의 Best Friend가 해준 말이 "이건 우주가 너의 영국행을 승인하고 환영하는거야. 재미있게 다녀와"
이렇게 온 우주의 승인과 환영을 한 몸에 받으며 나의 Leeds 행은 결정되었다...
참고)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공연 분위기와 John Owen Jones에 대해 알수 있는 어떤 블로거님의 글.....
http://blog.naver.com/marivegauch?Redirect=Log&logNo=6016042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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